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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 살아 숨쉬는 신화이야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600021
한자 西歸浦-神話-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현승환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민간에서 전승되는 것으로, 초자연적 존재가 태초(太初)에 행한 창조 활동에 관한 이야기.

[개설]

서귀포 신화는 서귀포시 주민들이 생활하는 동안 접하게 되는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의 기원과 그 질서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연유로 시작되었는지를, 신을 중심으로 하여 진실하다고 믿고 신성시하여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서귀포시 주민들은 이 신화를 본풀이라 하여 전승한다. 본풀이는 신의 근본 내력이나 행적 등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신성한 이야기이다. 이는 당신본풀이·조상신본풀이·일반신본풀이로 나뉘며, 서귀포시 주민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삶에서 즐거움과 고통을 신과 소통하면서 화해하고 극복하여 왔다.

당신본풀이는 마을 수호신인 당신들의 내력담이며, 조상신본풀이는 한 집안 또는 씨족의 수호신에 관한 이야기이며, 일반신본풀이는 일반적인 자연사상(自然事象)이나 인문사상(人文事象)을 차지하고 있는 신들의 이야기로서, 주요한 것은 천지왕본풀이·초공본풀이·이공본풀이·삼공본풀이·삼승할망본풀이·차사본풀이·세경본풀이·문전본풀이·칠성본풀이·사만이본풀이·지장본풀이·마누라본풀이 등이다. 일반신본풀이는 제주시의 것과 거의 같다.

[서귀포 당신화]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마을 수만큼이나 당신도 많다. 이 신은 육아의 병에 효험이 있으며 모두 여신이다. 이들을 크게 나누면, 토산(兎山)칠일신화계와 토산(兎山)팔일신화계, 호근(好近)칠일신화계, 하예(下猊)칠일신화계로 나뉜다.

토산칠일당신화는 여신이 돈육류를 먹어 아들 일곱 형제를 낳고 당신이 되어 어린이의 병과 안질, 피부 질환을 치료해 주는 것이 중심이며, 토산팔일당신화는 처녀를 제물로 받는 뱀신의 조화가 중심 내용이다. 같은 칠일당신화에서도 호근칠일당신은 수렵인의 수호, 혼인의 수호, 유아의 보호로 치병의 직능이 토산7일당신화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이 신은 서귀에서 대정까지 모셔질 정도로 넓은 분포를 지닌다. 하예칠일신화계인 예리(猊里)당신은 한라산에서 솟아난 아들이며, 그에게서 태어난 딸 칠형제가 안덕과 중문의 당신이 되었다. 이렇게 볼 때 토산칠일당신화가 전파되어 호근계와 하예계 칠일당신으로 남게 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서귀포시는 조선 시대에는 정의현대정현 지역에 속하였는데, 오늘날의 행정구역은 이와 달라 명확히 신앙권을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의 출자를 통해 구분하면 일부 제주시와 구별되는 면모를 보인다. 제주시에서는 송당계 신화가 중심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1. 토산칠일당신화계

토산 위쪽에 위치한 당으로, 제일이 매 7일이어서 일뤳당이라 하며, 그 신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웃손당의 금백주와 알손당의 소로소천국 사이의 아들이 불효하다 하여 석함에 담아 바다에 띄워 버렸는데, 동해 용왕국에 들어가 막내딸과 혼인하여 송당으로 돌아온다. 아내가 목이 말라 돼지 발자국의 물을 먹다가 돼지털이 코를 찌르므로 이를 불에 태워 냄새를 맡았는데, 오히려 돼지고기를 먹은 듯하였다. 남편은 이를 부정하다고 하여 아내를 마라도로 귀양보낸다. 남편은 ‘새금상’의 아홉째 딸을 첩으로 삼았는데, 이 첩이 큰부인을 데리러 가 보니 아들 칠형제를 낳았기에 이들의 귀양을 풀어 데리고 와 처첩은 일뤳당신이 되고, 남편과 자식들은 각 마을의 본향신이 되었다.

2. 토산팔일당신화계

토산 아래쪽에 위치한 당으로, 제일이 8일이므로 여드렛당이라 명명된다. 이 신은 본래 나주 금성산 신으로 1년에 한 번 처녀를 제물로 받는다. 이 목사가 부임 도중에 이 신을 보려고 굿을 하라 했더니 큰 구렁이가 나타나자 포수를 불러 뱀을 쏘아 죽였다. 뱀은 바둑돌로 변하여 제주에서 진상간 강씨형방과 한씨이방, 오씨형방 세 사람을 따라 제주 성산읍 온평에 도착했다. 여인으로 환생하여 토산을 찾아가는데 신풍리 당신인 ‘개로육서또’가 팔목을 잡자 더럽다며 칼로 자신의 팔목을 깎아 버렸다. 하지만 용왕국의 꾸중으로 ‘개로육서또’에게 사과하고, 그의 부인이 되어 ‘알토산’으로 내려와 좌정했다. 팔일당은 시흥본향당, 감산리 호근여드렛당 등을 들 수 있으며, 거의 토산팔일당신의 분파인데, 토산에서 멀어진 지역인 감산리 호근여드렛당은 일뤳당의 변형이라 할 만하다.

이 신화는 아내를 중심으로 보면 칠일당신의 유래담이며, 남편을 중심으로 보면 송당계 신화에 속한다. 이러한 내용의 신화는 성산면 신풍본향과 표선본향, 표선면 세화본향과 하천본향 등 서귀포시 동남부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3. 호근칠일당신화계

당신 ‘애비국하로산또’의 막내딸이 어머니 젖꼭지를 뜨고, 아버지 수염을 뽑는 죄를 저질렀다 하여 대바구니에 담아 서천밭에 던져 버려진다. 대정현 형방이 말을 찾으러 다니다 이 아이를 만났는데, “말은 성안 성문 밖의 탱자나무에 목매어 죽었다”고 하였다. 형방은 이 아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여 말꽁무니에 넣어 가면서 하원·중문·감산·창천 등 지나는 마을마다 칠일당신을 마련하였다. 이 신화는 서귀에서 대정까지 전승되며, 산간으로는 한림읍 금악까지 이른다.

4. 하예칠일당신화계

한라산 섯어깨 소못뒌밧에서 솟아난 아홉형제 중 일곱째 아들인 신과 그 부인 ‘천지천왕 어멍국족달이대서부인’과의 사이에서 딸 일곱형제가 태어났는데, 이들이 대평·하예·사계·화순·감산·창천 등의 당신이 되는 유래담이다. 이 딸들 역시 부모에게 불효죄를 지어 부모를 떠나 좌정지까지 이르는 과정과 혼인, 식성을 해설하는 내용이다.

[서귀포 신화의 구성]

서귀포시 신화는 “옛날 옛적……” 하는 식으로 시작하여 태초의 사실을 설명한다. 이어서 주인공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어 어떤 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지를 주인공의 출생과 성장, 고행, 결연 등 생활을 서술하다가, 주인공이 어떤 신으로서의 직능을 차지하여 좌정하게 되는지로 마무리한다.

신화 속 내용은 사회적·종교적·도덕적으로 선과 악의 대립이 중심이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은 서귀포시 주민들이 바라는 소박한 이상이며, 그들의 도덕률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신화의 구성은 고전소설의 기승전결의 구성과 상통하여 서귀포시 주들이 신화를 통해 그들의 문학적 소양을 증대시키고 문학을 향유하였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 내용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면서 양반에 대한 조소와 반항 의식을 드러내며, 효행을 권장하고, 계모의 비행을 징계하며 정절을 권장한다. 게다가 숭불(崇佛)·숭무(崇巫) 사상을 고취하여 신앙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서귀포 신화의 특징]

서귀포시에서 전승되는 신화는 매년 제의에서 반복된다. 신화는 태초의 시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을 의례에서 재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성스러운 행위에 참여함으로써 신과의 만남을 통해 신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신화적 창조가 갖는 진실한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며 다음 제의가 행해지게 될 때까지 지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화는 신앙민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삶의 모범이 된다. 「서귀포본향당본풀이」에서는 남신이 본처를 버리고 미모의 처제와 도망가서 살게 되자 이를 확인한 본처가 자신은 서홍리를 차지하고, 남편은 서귀리를 차지하여 상종하지 않겠다며 갈등한다. 그러면서 신앙민들은 실제로 흙담을 쌓아 구역을 나누고, 얼마 전까지 신의 가르침대로 생활을 영위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신화가 신앙민에게 얼마나 강하게 기능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서귀포시 동부는 토산칠일당신계와 토산팔일당신계, 서귀포시 서부는 호근칠일당신계와 하예칠일당신계로 분포가 달라져, 당신화의 분포를 통해 지역민의 신앙 구획이 나누어짐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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