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에서 개재마을의 나무다리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1989년에 논산문화원에서 출간한 『놀뫼의 전설』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옛날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에 있는 개재마을에 노름판을 전전하는 농부와 부지런한 아내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농부 아내가 보리밭에 거름을 주려고 거름독을 이고 나갔다. 거름독을 내려놓으려 하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백사 한 마리가 나타났다. 농부 아내는 놀라서 “아이구머니!” 하고 뒤로 주저앉아 버렸다. 농부 아내는 백사가 사라진 뒤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으나 허리가 아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농부 아내는 간신히 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병들어 누워 있는데도 남편은 매일같이 노름판을 쫓아다니며 허송세월할 뿐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마 후부터는 아예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억척같이 일하던 농부 아내는 허리가 아파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하늘을 원망하였다. 또 노름에 정신이 팔려 나타나지도 않는 남편을 생각하니 다시 원망스럽고 미웠다. 그래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부여 땅 왕흥사(王興寺)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농부 아내는 깜박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 지난번 밭에서 보았던 백사가 나타났다. 농부 아내는 꿈속에서도 깜짝 놀라 몸부림치며 “사람 살려!” 하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백사가 백발노인으로 변하더니 껄껄 웃으면서 다가왔다.

“놀랄 것 없소이다. 나는 이 근처 산을 지키는 백사 노인이오. 내가 부인을 고생시키려고 한 짓이 아니오. 어렵겠지만 앞마을 나무다리까지 가서 왔다 갔다 두어 번만 해 보시오. 꼭 달이 떠 있는 달밤이라야 하오.” 백사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농부 아내는 무서움이 앞서 꿈속의 일을 잊어버리고 누워만 있었다.

며칠 후 꿈속에 또 백사가 나타났다. 백사 노인은 노기를 띠면서 “왜 나무다리로 나오라고 했는데 나오지 않아 그 고생을 계속한단 말이오. 어서 나가서 다리를 왔다 갔다 하시오.” 하고는 훌쩍 사라졌다. 농부 아내는 보리밭에서 보았던 백사를 생각하니 더욱 무서워 달밤에 나무다리까지 나가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또 며칠을 보내다가 농부 아내는 초저녁에 잠시 잠이 들었다. 바람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오더니 다시 그 백사가 나타났다. 백사 노인은 “왜 이렇게 말귀가 어두운가. 지금 달빛이 좋으니 어서 일어나 나무다리로 나오너라. 지금 나오지 않으면 내가 너를 해칠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농부 아내는 백사가 자신을 해친다는 말에 두려움에 떨며 나무다리로 기어 나갔다. 그러고는 백사의 말대로 나무다리를 두어 번 왔다 갔다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허리의 아픔이 가시면서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농부 아내는 백사 노인에게 몇 번이고 절을 하였다. 또 그 뒤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백사 노인을 떠올리며 이겨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아프면 이 나무다리를 찾아가서 두어 번 왕래하였고, 다리를 오가다 보면 아픔이 가신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모티프 분석]

「개재 나무다리」의 주요 모티프는 ‘허리가 아픈 농부의 아내’와 ‘허리를 낫게 해 준 백사 노인’이다. 도사가 나타나 병든 여인을 낫게 해 주는 신인구원담이자 치병담으로, 병을 낫게 하는 중간 매개는 나무다리로 설정되어 있다. 열심히 사는 여인이 구원을 받는다는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 백사를 등장시켰고, 백사로 인해 병을 얻은 여인이 백사의 화신인 백사 노인에게서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다. 인간의 질병을 구원하는 신인(神人) 이야기에 병을 낫게 하는 매개물인 나무다리를 접합한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