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9C02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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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제내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성호 |
농촌마을은 지리적·사회적·경제적 조건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기장 기초적인 농민의 생활공동체이다. 제내리에서도 농경을 중심으로 지리적·지형적 특성에 따라 경작지에 인접한 풍덕마을에 정착함으로써 농촌마을을 이루었으며, 마을은 농경에 기초한 노동교환, 상호부조, 문화교류 등과 같은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상호작용의 장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마을은 부락민들 사이의 일체감과 동질감을 형성시키고, 다른 부락과 구별되는 공동체 의식과 규범을 만들어 후속세대에 전수해 왔으니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가 방풍림계이다.
방풍림이란 제내리 풍덕마을의 상징인 수구막이 숲을 말한다. 마을에서는 숲을 보호 육성하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계를 조직하고 운영하여 오고 있다. 이름하여 방풍림계 또는 숲계라 했다. 따라서 방풍림계야말로 이 마을의 역사이며, 마을의 풍속을 지켜오는 규범이기도 하였다.
마을 앞에 있는 천연의 수구막이 숲이 오랜 세월로 고사하여 없어지게 되었다. 이에 1906년 7월에 허해진 마을 입구에 숲을 가꾸어 다시 예와 같은 풍요로운 마을로 가꾸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때 뜻을 같이한 이석호(李錫浩)·이희종(李羲鍾) 등 두 사람이 주동이 되어 겉보리 한 말씩을 거두기로 하였다.
상풍덕과 구실골에서는 협조가 없었으나, 공말과 속담말에서는 호응이 잘 되어 30명의 회원이 구성되었고, 이들의 출자금을 종자돈으로 하여 그해 11월에 제내리 306번지의 논 164평을 사들이고, 이듬해(1907) 1월 10일에는 “전 부락에 수재·화재·풍재 등을 방(防)하고 위생을 위주하고 생명을 보수(保守)하야 친목·근검·부업 장려를 목적”으로 하는 10개조의 규약을 정하여 방풍림계를 조직하였다.
방풍림계 총칙 10조의 내용과 초기 회원은 다음과 같다.
제1조 : 본 계는 충북 충주군 덕면 풍덕리에 처함.
제2조 : 본 계는 융희 원년(1907) 정월 10일에 조직하여 방풍림계라 칭함.
제3조 : 본 계는 전 부락에 수재, 화재, 풍재 등을 방(防)하고 위생을 위주하고 생명을 보수(保守)하여 친목 근검 부업장려를 목적함.
제4조 : 본 계의 목적을 달(達)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좌(左)와 여(如)히 임원을 정함. 가. 계장 1인, 나. 부계장 1인, 다. 서기 1인, 라. 회계 1인, 마. 회계감독 1인, 바. 간사 10인, 사. 평의원 15인.
제5조 : 계장은 결의 총회에 관한 일체사무를 처리하고 부계장은 계장을 보좌하고 계장이 유고할 시 부계장이 대리를 임함.
제6조 : 서기는 계에 관한 문부(文簿)를 장리(掌理)하고 회계는 재정명세를 장리하고 회계감독은 계중 회계를 감독함.
제7조 : 계원은 동리 거주인에 한하되 조(租) 1말 출자한 인으로 계원이 됨.
제8조 : 계일은 매년 11월 5일로 정하되 특별 사정에 의하여 임시회를 득하여 의견을 발표함.
제9조 : 계원 중 수한화애경(水旱火哀慶)을 당할 시는 상호보조 구제함.
제10조 : 본 계 찬호(贊護)하시는 사람은 찬성원이 됨.
계장(계장) : 이석호(李錫浩)
계원 : 이희종(李羲鐘)·이희석(李羲晳)·이태영(李泰榮)·이인호(李仁浩)·김홍제(金弘濟)·염학봉(廉學奉)·김발귀(金發貴)·이긍호(李兢浩)·김영수(金永洙)·유성보(劉成甫)·이희민(李羲民)·이원호(李元浩)·한백길(韓百吉)·이용득(李龍得)·김규박(金奎璞)·김출이(金出伊)·이창호(李昌浩)·이권호(李權浩)·이양호(李亮浩)·유순보(劉順甫)·이희풍(李羲豊)·김연두(金演斗)·김양득(金良得)·이녹영(李錄榮)·노영실(盧永實)·이재호(李在浩)·이연호(李然浩)·이철영(李喆榮)·이만영(李萬榮)
그리하여 그해 3월에는 매입한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규약은 1958년 11월 5일 총회에서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7장 32조로 된 새로운 규약을 마련하였다. 이 규약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목적도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으니 “방풍림을 미화 조림하여 수화풍재를 방지하고 계원간의 친목을 돈독히 하며, 사회적 미풍양속을 배양하며, 문화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 규약을 실천하기 위하여 제6장의 상벌조항을 실제로 집행하였으며, 이는 마을의 질서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상벌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6장. 상벌
제27조 : 본 계원으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표창할 수 있다.
1. 본계 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유한 자.
2. 효행열부의 독실한 자.
3. 사회적으로 미풍양속 배양함이 현저한 자.
제28조 : 전 각 호의 해당으로 계원의 존비속으로서, 타처에서 표창을 받았을 경우에는 본 계에서는 자동적으로 표창하여야 한다.
제29조 :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동을 취한 자는 벌금을 징수한다.
1. 방풍림 수목의 수령 10년 이하를 절지 및 도벌에는 1수당 백미 1가마, 수령이 10년 이상을 절지 및 도벌에는 시가에 10배를 배상한다.
제30조 : 비 계원으로서 29조를 불 이행시는 계장이 고발한다.
계칙 개정 당시의 임원
계장 : 이팔영
부계장 : 이만영
대의원 : 이동일·이갑영·이중영·이상필·이부영·이한영·이도영·이희일·이상덕·이전영·이대영·이인영·이근호·이상일·이세영
상벌 조항의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방풍림을 보호 육성하는 것은 곧 마을의 번영과도 상통한다는 취지를 강력하게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보호하며 효행을 장려키 위해 표창을 하고 있으며, 사실상 수목을 절지한 자에 대한 배상을 물린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방풍림의 관리에 온 마을 계원들이 힘을 기울이자 나무는 해마다 잘 자라서 숲을 이루게 되었다. 아울러 마을도 아무 사고 없이 태평한 옛 모습을 되찾게 되었고 더욱 발전하여 갔다. 그러자 1926년에는 상풍덕마을이, 1946년에는 구실골이 가입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풍덕리의 대동계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이후 방풍림계의 운영은 곧 마을의 일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마을의 원로 중 덕망 있는 인사가 계장이 되어 지금까지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데 역대 계장은 다음과 같다.
방풍림계가 날로 발전을 거듭하게 되자 수시로 논과 밭을 매입하여 자산을 증식하여 갔다.
다음 표는 방풍림계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내역이다.
이렇게 마련한 재산은 이후 마을의 발전을 위한 현안 문제가 대두했을 때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도움이 되는 바탕이 되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방풍림계를 구심점으로 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풍덕마을의 오늘을 이룩할 수 있었다.
현재 풍덕마을의 모든 호주는 방풍림계원이라는 특징이 있다. 결국 풍덕마을은 방풍림계라고 하는 사회조직을 통하여 협업적 유대관계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일한 문중 조직을 중심으로 공통의 조상을 모시는 후손으로 구성되어, 조상제사, 선영유지, 상부상조적 경제행위 등의 강력한 공동체적 결속력으로 뭉쳐있음을 살필 수 있다. 이처럼 혈연적 유대에 기반한 가족주의적 양상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 지역공동체로서의 상호작용을 규정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풍덕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다.